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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의 성녀 가타리나

클레르 2020. 5. 17. 12:14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가타리나(Catharina/ Catherine, 4세기경)

 

축일 : 11월 25일 
수호성인 : 설교가, 철학자, 지혜와 교육, 공증인
상징 : 왕관, 책, 바퀴, 검, 반지, 종려나무 가지(승리, 순교)

 

 

작가 ¶ 파르미자니노

제목 ¶ 성녀 카타리나의 신비한 결혼

년도 ¶ 1529년경

종류 ¶ 패널에 유채

크기  74.2x57.2cm

소장 ¶ 내셔널 갤러리, 런던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카타리나(Catharina, 4세기경)는 10세기경부터 동방 교회에서 높이 공경을 받아오던 성인 중의 한 명이다. 그런데 성녀에 관해서는 분명한 자료보다는 전설적인 이야기에 의존하고 있다. 「황금전설」에 따르면, 성녀는 알렉산드리아의 그리스도인으로 왕실 가문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녀는 미모가 빼어났으며, 높은 교육을 받았고 지식을 쌓는 데 매우 열성적이었다. 성녀는 소녀 시절에 하느님께 자신의 삶을 봉헌하기로 했고, 예수님과 결혼한 것이나 다름없이 평생을 순결한 여인으로 살기를 다짐했다. 그러다가 성녀는 당시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던 악명 높은 로마제국 막센티우스 황제와 대항하게 되었다. 황제는 젊고 아름답고 교양 있는 성녀에게 청혼하면서, 이교도의 신을 섬기라고 강요했으나,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기로 마음먹은 성녀는 황제의 요구를 모두 거절했다. 이에 황제는 위대한 철학자 50여 명을 불러 성녀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심을 바꾸도록 설득하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성녀는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여 오히려 이방인 철학자들을 그리스도인으로 개종시켰다. 이 일로 크게 분노한 황제는 개종한 철학자들을 화형에 처하라고 명령했고, 성녀는 굶어 죽도록 감옥에 투옥되었다. 12일 동안 독방에 갇힌 성녀에게 비둘기가 음식을 날라다 주었으며, 그리스도께서 발현하시어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고 한다. 그러자 황제는 큰 못을 박은 바퀴로 성녀를 고문하고 사형시키고자 했지만, 성녀는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다. 오히려 구경꾼 여러 명이 그 바퀴에서 튕겨 나온 못 때문에 죽었다고 한다. 성녀의 굳은 신앙심과 인내심은 수많은 군인들을 경악케 하고, 그중에서 2백여 명이 개종하였다. 결국 성녀를 참수형에 처했는데, 참수된 목에서는 피가 아닌 우유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성녀의 시신은 시나이산으로 옮겨졌고 그곳에 정교회 수도원이 세워졌으며, 이 수도원은 지금도 유명한 성녀 카타리나 수도원이다. 

성녀 카타리나는 작품 속에서 주로 머리에 왕족임을 나타내는 왕관을 쓰고 한 손에는 승리 또는 순교를 상징하는 종려나무 잎을 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성녀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녀에게 가해질 고문 도구인 못 박힌 바퀴나 목을 벴던 칼이다. 그리고 책과 다른 기술 도구들은 성녀의 지혜와 교육을 의미하기에 성녀는 지혜와 교육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또한 성녀는 예수님의 영적 아내로서 성혼을 상징하는 반지를 끼고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세례 후 그녀의 꿈에 그리스도께서 찾아와 성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는 내용에 기인한다. 성모마리아의 무릎에 앉아 있는 아기예수와 함께 등장한다. 

이탈리아의 매너리즘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파르미자니노(Parmigianino, 1503-1540)는 16세기의 가장 위대한 초상화가 중 한 사람으로, 그의 작품 속에서는 세련되고 우아한 매너리즘 회화의 특징을 느낄 수 있다. 빛이 가득한 방에서 아기예수는 성녀 카타리나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있다. 성모마리아는 우아한 자태로 의자에 앉아 자신의 무릎에 앉은 아기예수와 눈을 맞추고 있다. 오른쪽에서 화려하고 세련된 옷을 입은 성녀 카타리나는 우아하게 머리를 올리고 한껏 보석으로 장식하고, 아기예수에게서 성스러운 혼인을 상징하는 반지를 받고 있다. 성녀의 다른 한 손은 그녀가 고문당한 도구인 커다란 못이 박힌 바퀴 위에 놓여있다. 맨 앞의 요셉은 이 사건은 증거자처럼 지켜보고 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2017년 11월 19일 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이미지 원본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4/4a/Parmigianino_-_The_Mystic_Marriage_of_Saint_Catherine_-_1527-31.jpg